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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솔로 앨범 <2적>과 김진표 솔로 앨범 <JP4>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패닉 팬으로서는 두 배의 기쁨이다. 패닉의 3집 <Sea Within>이 벌써 5년 전의 일이건만, 공식 해체 선언도 없는 상황에서 패닉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은 언제나 아쉬움이었다. 더욱이 이적과 김진표가 각기 다른 그룹에 멤버로 참여하면서 둘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만 했다. 따라서 둘이 개인 활동을 재개했다는 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패닉 4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적과 김진표가 다시 패닉의 이름 아래 뭉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둘은 이번 앨범들을 통해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무섭고도 빠르게 성장한 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따로 발전한 뒤 모여서 함께 빚을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대중적 코드에 맞춘 이 앨범의 소위 ‘미는 곡’이다. 전작 앨범의 ‘Rain’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발라드 트랙이지만, ‘Rain'에 비해서는 한층 깊어진 이적의 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 호응을 일정정도 받을 것임에는 분명하나, 전체 앨범에서 이 트랙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노래가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노래들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몽상적'의 여운을 받은 두 번째 트랙 ‘하늘을 달리다’는, 패닉 시절의 경쾌한 리듬감을 연상케 하는 기분 좋은 모던 록이다. 단순한 사랑 노래로 읽힐 수 있는 노래이지만, 이적의 감각 있는 가사로 인해 이 노래의 빛은 한껏 독특하게 유지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늘을 달리는 기분을 유지하게 해주는 신나는 비트와 멜로디, 그리고 멋진 노래 가사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이 노래는 이 앨범의 가장 매력적인 트랙 중 하나에 꼽힌다. 자우림의 여성보컬 김윤아와 함께 부른 ‘어느 날’의 매력은 ‘하늘을 달리다’가 전해주는 매력과는 정 반대의 지점에 위치한다. ‘하늘을 달리다’가 경쾌함과 밝음으로 어우러져 있다면 ‘어느 날’은 눅눅하고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적속에서의 시계 초침 소리와 같은 피아노 건반음과 피 내음인 듯 비릿한 소리가 지나가면, 목이 조여 눌린 남자의 묵직하게 죽어가는 목소리가 지난 날을 읊조린다. 돌려 감는 소리와 함께, 같은 순간, 그 남자를 죽이고 만 여자의 피묻은 회상이 또한 눅눅하게 전해진다. 노래의 비트에선 느리지만 마치 목을 조여오는 듯한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고, 사랑으로 인해 죽고 죽이는 남녀의 집착과 체념 섞인 목소리는, 마치 영화 <감각의 제국>을 보는 듯 머리를 쭈뼛거리게 만든다. 특히 종반부에서의 김윤아의 넋나간 듯한 허밍음과, 이적의 무표정하고 메마른 목소리는 마치 이 비극적인 현장에 직접 초대된 듯한 느낌을 전해 주기까지 한다. '어느 날'은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답고 잔인한 노래다.
‘서쪽 숲’에서는 그 동안 이적의 노래들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던 ‘비주류의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서쪽‘은 동쪽이나 남쪽처럼 양지로 인식되지 않는, 어딘가 어둡고 불온한 방위를 대표한다. 그것은 ’왼손잡이‘의 왼쪽처럼 주류로부터 외면되고 배척받는 방향이다. 그리고 여기서 “어머니”가 일러주었으나 끝내 가지 못하고 다짐만 거듭하게 되는 그 서쪽의 ’숲‘은, ’달팽이‘ 등의 노래에서 마침내 도달하고자 했던 이적 자신의 이상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서쪽 숲‘에서 재차 강조된 이러한 ’비주류의 이상향‘이, 어떤 상황이나 상태를 이르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불온하게 여겨지는 어떤 사상적 지향점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규정짓는 것 자체가 폭넓게 의미 설정한 이 노래의 원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놀라웠던 점은 이적의 가창력이었다. 보컬의 색깔이 뚜렷하긴 했지만, 사실 이적의 가창력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불안하다는 평도 많았고, 소위 일컬어지는 “노래 잘하는 가수”는 분명히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그림자’나 ‘순례자’와 같은 트랙에서는 그러한 세간의 평가가 이제는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펑키한 재즈 리듬의 ‘그림자’는 음악 색깔에 맞춘 이적의 샤우팅 창법으로 노래의 맛을 더했고, ‘순례자’에서 이적은 깊고 넓고 높은 울림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제 누구도 감히 이적에게 가창력의 문제를 거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 곡인
‘악으로’는 이전 앨범까지 김진표가 달콤한 사랑 노래를 타이틀로 삼아왔던 점을 생각해 보면 다소 의외이다. 하지만 일단 들어보면, 귀에 쏙 끌리는
매력적인 멜로디와 래핑이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한 이유를 대신해 줄 것이다. 김진표의 트레이드 마크이다시피한 한국어 각운을 적절히 살림과 동시에
이제는 부러 억지로 말을 끼 ‘아직 못다한 이야기’, ‘유난히’, ‘시간이 필요해’, ‘스물다섯’, ‘너의 생일에’ 등은 예의 그 달콤한 사랑 노래들이다. 각각 BMK, 신예원, 박정현, As One, Ash 등이 보컬로 참여해 여성 가수들의 감미로운 보컬과 김진표의 다정하고 느끼한(!) 래핑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예쁜 사랑 노래를 완성하고 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김진표 본인이 밝혔듯이, ‘악으로’가 아니었으면 타이틀곡으로 삼아도 손색없을만한 트랙이기도 하다. "내게 불어오는 바람아, 너는 내 얘기를 어서 그녀에게 전해주렴"으로 시작하는 노래 종반부의 랩은 이번 앨범의 랩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랩 파트였다. 3집에서의
‘350초 미친년 추격전’과 같이 펑키한 느낌을 주는 ‘뺑끼 구락부’는 여성 래퍼 T의 참여로 래핑의 리듬감이 한결 더 두드러져 신이
나는 트랙이
되어 주었고, 하림의 보컬과 함께한 ‘환호성’은 ‘악으로’의 분위기를 끌어오는 한편 중량감 있는 랩이 매력적인
곡이며, ‘천국을 꿈꾸며’는 시간을 정지시켜놓은
듯한 정적인 분위기에서 읊조려지는 랩의 진정성이 마음을 울려준다. 팝과 힙합의 혼재로 산만하기 그지 없던 전작 3집에 비해 <JP4>의 경우 전반적으로 앨범 구성의 유기적인 면과 안정성은 정착이 되었으나, 그 바람에 앨범의 기조가 팝으로 일방적으로 흐른 면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김진표의 도발적인 목소리가 상당부분 거세되었고 지나치게 따뜻함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PD가 함께한 ‘시부렁’은, 그 성질이 상당히 누그러졌기는 했으나 세상을 향한 김진표 발언의 맥을 이어주고 있다. 이 트랙은 하나의 트랙만으로 사회 제현상을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말겠다는 욕심을 부리듯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짚어내며 시부렁대고 있다. ‘오롤롤롤로’는
대단히 유쾌한 트랙이다. 귀에 익은 단순한 멜로디와 “가위내 주먹내 모두 가위 김진표가
래핑으로 참여한 <2적>의 마지막 트랙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패닉의 4집 가능성을 높여주는 트랙으로서도 주목이 된다. 모처럼
입을 맞춰보았던 둘의 호흡에서는,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데 따른 높은 자신감이 드러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한결 높아진
음악적 수준을 확인케 한다. <2적>과 <JP4>는 오랫동안 패닉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모처럼의 청량감을 주는 선물이었지만,
동시에 더욱 패닉의 네 번째 앨범을 갈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다시 들려줄 둘의 하모니가 자못 기대된다. the best track: 하늘을
달리다, 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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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만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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